사람의 단기 기억은 매우 짧아서 전화번호처럼 일반적으로 7개 정도의 숫자를 넘어가면 암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한 번 외웠더라도 수초가 지나면 바로 잊어버리고 만다. 어딘가에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회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훌륭한 주장을 하고, 여러가지 데이터를 거론하지만, 이를 어딘가에 적어두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리고, 회의의 효율은 크게 떨어지고 만다.

벽이라는 집단기억장치는 그래서 집단의사결정(collective decision making)에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결정을 위하여 논의해온 바를 그 집단 전체가 같은 내용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집단기억의 기능이다.

집단이 논의 하는 사항을 벽에 잘 적어가면 단순히 논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회의를 많이 하고 있는데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면 벽을 생각해 볼 일이다.

벽은 퍼실리테이터의 매우 강력한 도구이다. 회의를 잘하려 한다면 벽을 꼭 사용하라. 벽 있는 회의가 벽 없는 조직, 즉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어 줄 것이다.

회의에서 효과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3가지의 주요 물리적 요소를 고려하여 주의 깊게 배치해야 한다.

● 그룹의 크기에 따른 다양한 종류의 공간의 크기와 모양
- 트인 공간, 6명 내지 30명의 그룹에 필요한 기둥이 없고, 바닥이 평평한 공간
- 대체공간(이상적인 경우 실내와 실외)에 대한 접근성
- 방해요소가 최소인 벽면
- 창문은 바람직 그러나 ‘작업벽’과 반대편에 있을 것
- 실내 파티션은 음향에도 도움을 주며, 견고하고 평평한 작업면을 제공해준다.
- 곳곳에 기본 밝기를 유지할 수 있는 인공조명을 두되 벽면에 중점을 둠
- 가구는 납득할 만한 편안함을 제공할 것
- 진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폭넓은 기술 지원
- 다과·음료, 화장실, 기타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 가구의 물리적 배치
전체 그룹이 참여하는 방식을 취하다가 어떤 경우에는 소그룹 형태로 배치하여 작업하게 되는 회의가 많다. 따라서 소그룹 활동에 맞출 수 있도록 좌석을 쉽게 이동하여 다른 형태의 배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공간이 서로 분리되어 있어도 무방하지만 가까이 있는 것이 좋다.

● 희의실에 들어설 때 공간이 참가자에게 주는 ‘느낌‘
참가자가 도착하기 전에 회의장 세팅이 완료되어 있어야 함은 기본이다. 공간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야 한다. 만약 청소가 덜 되어 있다면 이를 스스로 치워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가끔 간과하기 쉽지만 휴지통을 두어야 한다. 의자들은 평평하게 배치하고 테이블과 같이 사용한다면 테이블과 매치해두어야 한다. 유인물과 물품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책상위에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폴더나 노트를 사용한다면 책상의 끝선과 정렬하여 둔다. 매력적인 표지를 제공하면 회의실을 분위기를 더욱 북돋운다.

워크숍 또는 회의를 하는 데 있어서 퍼실리테이터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참여의 에너지를 높이고 유지하는 것인데, 이는 참여의 의미와 가치를 제공하는 것과 지루함을 완화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된다.

참여자에게 지루함을 주는 것 중에는 매번 같은 사람과 말하게 되거나, 매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포함된다. 2일 동안 8명의 한 그룹이 같은 회의실에서 워크숍을 하는 상황이라면, 한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지루함을 겪을 수 있다.

위 사진들은 이러한 좌석배치의 단조로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시도한 테이블과 좌석 배치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원탁, 사각탁, 벽을 향한 U자형 좌석 배치와 서서하는 작업 등 하나의 그룹이 활동하지만 다양한 포맷에서 경험을 하도록 운영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