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공정했는데, 왜 여전히 납득되지 않을까요?”
조직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진 뒤, 이런 말이 종종 등장합니다. “절차는 공정했습니다.” “규정대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도 구성원들의 반응은 미묘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기보다는, 마음 한켠에 질문이 남아 있습니다. ‘맞다는 건 알겠는데, 왜 이렇게 찜찜할까?’
요즘 조직개발 담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한 단계 이동하고 있습니다. 공정성(Justice)을 넘어, 정당성(Legitimacy)의 문제로 말이지요.
🔹공정성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공정성은 조직 운영의 기본입니다. 동일한 기준, 일관된 절차, 예측 가능한 규칙. 이 모든 것은 여전히 조직을 지탱하는 중요한 토대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와 현장에서는 공통된 신호가 포착됩니다. '공정했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사람들의 신뢰와 참여를 충분히 얻기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정당성이란 무엇일까요
정당성은 단순히 “규칙을 지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떤 결정이나 행동이 사회적 규범과 가치, 그리고 맥락 안에서 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인정받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리해보면, 공정성은 기준과 절차의 문제라면 정당성은 이해와 납득의 문제입니다
같은 결정이라도 왜 이 시점에, 왜 이런 방식으로 내려졌는지 설명되지 않으면 그 결정은 곧바로 질문과 저항의 대상이 됩니다.
🔹왜 지금 ‘정당성’이 중요해졌을까요
이 변화에는 몇 가지 흐름이 겹쳐 있습니다.
먼저, 이해관계자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조직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고객, 파트너, 사회 전체가 조직의 결정을 해석하고 평가합니다.
둘째, AI와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라는 말은 더 이상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기준과 맥락을 누가,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셋째, 구성원의 참여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사람들은 결과 그 자체보다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았는지를 더 민감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날 조직은 ‘옳은 결정’보다 ‘이해 가능한 결정’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리더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리더는 더 이상 ‘정답을 내려주는 사람’으로만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정당성의 관점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갈등과 이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서로 다른 기대와 해석을 조율하며 왜 이 선택이 지금 조직에 의미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즉, 리더십은 결단력의 문제가 아니라 설명력과 연결력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조직을 이렇게 한 번 바라보시면 어떨까요?
우리는 최근 어떤 결정을 “공정했다”는 말로만 정리하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그 결정은 구성원들에게 설명된 결정이었을까요, 아니면 통보된 결정이었을까요? 우리 조직에는 ‘왜 이 결정을 했는지’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정당성은 결과에서 만들어지기보다, 과정과 대화 속에서 형성됩니다. |